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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나는 동무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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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지뽕 농부 2024. 3. 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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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나는 동무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고

 

 

봄이 오면 나는

이슬비를 맞고 싶다.

 

어릴 적에 항상 우산을 함께

쓰고 다니던 소꼽동무를 불러내어

나란이 봄비를 맞으며

봄비 같은 이야기를 속삭이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풀향기 가득한 잔디밭에서

어린 시절 즐겨 부르던

동요를 부르며

흰구름과 나비를 바라보는

아이가 되고 싶다.

 

산나물을 캐러 다니던

동무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고,

 

친하면서도 가끔은

꽃샘바람 같은 질투의 눈길을 보내 오던

소녀시절의 친구들도 보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우체국에 가서

새 우표를 사고

답장을 미루어 둔 친구에게

다만 몇 줄이라도 진달래빛 사연을

적어 보내고 싶다.

 

사계절이 다 좋지만

봄에는 꽃들이 너무 많아

어지럼증이 나고

마음이 모아지지 않아

봄은힘들다고 말했던

 

나도 이젠 갈수록 봄이 좋아지고

나이를 먹어도

첫사랑에 눈뜬 소녀처럼 가슴이 설렌다.

 

유리창을 맑게 닦아

하늘과 나무가 잘 보이게 하고

또 하나의 창문을 마음에 달고 싶다.

 

먼지를 털어낸 나의 창가엔

내가 좋아하는 화가가 그린

꽃밭,구름 연못을 걸어 두고,

 

구석진 자리 한곳에는

앙증스런 꽃삽도

한 개 걸어 두었다가

꽃밭을손질할 때 들고 나가야겠다.

 

조그만 꽃삽을 들고

꽃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그 아름다운 음성에 귀를

기울이노라면

나는 멀리 봄나들이를 떠나지 않고서도

행복한 꽃 마음의 여인부드럽고

따뜻한 봄 마음의 여인이되어 있을 것이다.

 

- 이해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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