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그대에게 / 김설하
깔깔한 입안에
안주 없는 깡소주를 털어넣고
독약처럼 목젖을 훔치면
못다한 이야기들이 가슴 저 밑에서
눈물조각으로 흩어져 따가웠던
이유없이 고독해지고 슬퍼져서
홀로 기울이는 술잔에
아픔을 섞어 마셔보았는가 그대여
밤은 어둠에 갇혀 진저리를 치고
이유 없는 슬픔이 눈물을 짜던
방황하는 갈등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질 못하여
새벽까지 잠 못 들지 않았는가 그대여
건너 산등성이가 붉어지도록
지키고 있던 술잔이 나동그라지면
물기어려 흔들리던 동공이 희미해지고
쪽창으로 부서질 햇살을 보지 못한 채 눈이 감기던
꿈결에도 범람한 강물에 마음 적시지 않았는가 그대여
희망이 더디게 오는 것일 뿐
썩은 동아줄 같은 운명이라고 단정 지었다면
그대여 속단하지 말라
그리고 맑은 거울에 자신을 놓고 바라보라
나는 지금 어디 있는가
나는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고독이 만만했다면 희망도 만만한 것이다 그대여